메뉴

노컷Biz

티마운트

세바시

헤리티지 펀드 '전액반환' 핵심 이유…운용상 문제 아닌 처음부터 '부실'(종합)

헤리티지 펀드 '전액반환' 핵심 이유…운용상 문제 아닌 처음부터 '부실'(종합)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
"투자계획, 실현가능성 처음부터 부실했다"
독일 시행사 현지 Top 5 업체 광고도 거짓
이면계약 통해 24% 수수료 편취…사업 불가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헤리티지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헤리티지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47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 계약취소와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펀드 설계가 처음부터 부실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분조위는 22일 오전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 등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설계됐는데,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4835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2019년 6월부터 환매가 중단돼 4700여억원이 회수되지 못한 상태다.

분조위는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현대차증권, SK증권 등 펀드 판매사가 전문투자자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원금 4300억원을 전액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분조위가 이날 해당 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내린 점도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민법 109조는 법률행위 내용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가 가능하다고 규정(착오에 의한 계약취소)하고 있는데, 분조위는 해당 펀드 설계 자체가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범준 금감원 소비자권익보호 담당 부원장보는 "핵심 쟁점은 해당 펀드가 처음부터 부실이었는지, 아니면 향후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였다"며 "독일 시행사의 투자계획 실행가능 여부를 살펴본 결과 처음부터 부실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현지 시행사의 사업이력 및 신용도가 허위·과장됐고, 투자금 회수구조도 실현 가능성이 낮았으며, 시행사가 헤리티지 부동산 개발 인허가도 신청하지 않는 등 부실 투성이였다는 얘기다.

김 부원장보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신청인은 물론 누구라도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법률 행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홍영표 독일헤리티지 피해자연대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독일헤리티지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홍영표 독일헤리티지 피해자연대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독일헤리티지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상품설명서 등에는 해당 펀드 시행사가 '현지 Top 5 업체로서 2008년 설립 이후 총 52개의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현재 50개 프로젝트 진행 중', '독일 내 유명 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건전한 재무상태와 밝은 사업전망을 가진 독일 상위 4.4%에 해당하는 기업' 등으로 묘사돼 있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독일 내 Top5 시행사 사실 여부, 사업 이력 및 기업평가 내용 등이 검증되지 않았고, 사업 전문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또 제시한 사업이력은 시행사 설립 이전 또는 헤리티지 사업과 무관한 사업 등으로 확인됐다.

운용사와 판매사 수수료 관련 이면계약도 황당했다.

상품 설명서 등에는 '2년간 약 5.5%(국내 판매사 선취수수료 2.5% + 싱가폴 운용사 수수료 3%) 지급'으로 적시됐지만, 이면 수수료를 포함한 총 24.3%의 수수료가 지급되는 구조였다. 해당 수수료를 지급하면 예정했던 부동산 취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윤덕진 금감원 분쟁조정3국장은 "일부 수수료는 싱가포르 프로젝트 자회사쪽으로 이면 약정됐다. 모두 합치면 24% 정도"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독일 시행사 제안서가 과장됐고 재무상태나 계약상 의무 등도 부실해 사기로 볼 수 있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국장은 "사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사기는 고의성을 입증해야하는데 한국에서 독일 시행사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불가능해서 착오취소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헤리티지 펀드 판매 규모 및 분쟁 민원 현황. 금융감독원 제공헤리티지 펀드 판매 규모 및 분쟁 민원 현황. 금융감독원 제공
한편 국내 금융사들이 해당 펀드의 부실 여부를 사전에 인지했는지와 이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도 관심을 끈다.  

판매금액 규모별로는 신한투자증권 3907억 원, NH투자증권 243억 원, 하나은행 233억 원, 우리은행 223억 원, 현대차증권 124억 원, SK증권 105억 원 순이다.

윤 국장은 "판매사에 대한 제제는 검사를 통해 이뤄져야 하고, 주요 판매사에 대한 검사는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며 "판매사들은 현재 (부실 설계 여부를) 몰랐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펀드 환매 중단에 따른 피해가 막대했다는 점, 그리고 판매사들이 상품제안서 등을 통해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 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투자자 착오를 유발한 점 등을 감안하면 추가 검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0

0

[눈]으로 보는 우리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