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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 속 시장은 '금리 낙관론'에 베팅

박지환의 뉴스톡

美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 속 시장은 '금리 낙관론'에 베팅

  • 2023-03-13 19:08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희원 앵커
■ 패널 : 박성완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연합뉴스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연합뉴스
[앵커]
미국에서 자산 규모로 16위 은행이자 설립 40년 째를 맞은 실리콘밸리 은행이 자금난이 불거진 지 불과 이틀 만에 파산했습니다.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건 아닌지 그 파장이 전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당국도 불안 심리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오늘 코스피 지수는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급락했는데요. 이번 초고속 파산 사태의 배경과 영향, 불안한 상황과는 반대 흐름을 보인 국내 금융시장 전망까지 경제부 박성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안녕하세요. 일단 이 실리콘밸리 은행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아까 앵커께서 말씀하셨다시피 40년 전에 설립된 나름 역사가 깊은 은행이고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업은행이었습니다. 주로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해주는 자금줄 역할을 해왔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 경기 부양 차원에서 대규모로 풀린 돈이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에도 많이 몰렸는데요. 그렇다 보니 이 시기에 이 은행도 큰 성장을 이뤘는데요. 총 예금이 2021년 한 해에 86%나 늘었고, 작년 말 총 자산이 우리 돈으로 279조 원이나 돼 미국 은행 중 자산 규모로 따지면 16위였어요. 이번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은행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은행이 붕괴한 사건입니다.

[앵커]
이런 대형 은행이 망하는데 이틀 밖에 걸리지 않았다면서요?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기자]
표면적으론 실리콘밸리은행이 현지시간으로 8일 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 자산, 즉 미국 국채 등을 팔아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발표를 한 게 파산의 단초가 됐습니다.

이 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 막대한 예금이 몰리니까 이를 토대로 미국 국채 등을 사들였는데 곧바로 기준금리 인상기가 찾아왔잖아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떨어져요. 이런 상황에서 고객, 기업들이 고금리 국면에 신음하면서 맡겼던 돈까지 찾아가려고 하니까 은행은 내어줄 돈이 부족해진 거죠. 그러다 보니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보유 채권을 파는 상황으로 이어진 거고요. 8일 발표가 이런 자금난의 신호로 받아 들여지면서 은행 모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고, 불안해진 기업들이 한꺼번에 수십 조 원의 예금을 빼려고 하면서, 문제의 발표 후 불과 48시간도 안 돼 파산한 겁니다.

[앵커]
이번 사태, 파장이 엄청난데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있죠.

연합뉴스연합뉴스
[기자]
네. 일단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은행에 예치한 돈을 못 찾는 거 아니냐, 그래서 줄 도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 공포가 즉각적으로 번졌어요. 이런 사태가 터졌을 때 예금자 보호 제도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는 액수가 우리 돈으로 약 3억여 원에 불과해 그 이상은 돌려받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이 은행 예치금의 90% 안팎이 이런 보호 밖 예금으로 추산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 은행 파산 사태에서 봤듯 고객들의 심리라는 게 참 중요하지 않습니까? 불안해서 돈을 급속도로 빼기 시작하면 소위 뱅크런으로 이어지는 건데요. 실제로 최근 자금난이 부각되면서 망한 미국 은행이 이곳 한 곳이 아니에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주고객으로 삼아 환전 업무 등을 했던 실버게이트 은행도 며칠 전 청산을 결정했고,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전문은행으로 알려진 시그니처 은행의 폐쇄 소식도 오늘 알려졌어요. 이렇게 급박하게 위기가 전개되다보니까 다른 은행들도 무너지는 것 아니냐, 그럼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 이런 심리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미국 당국도 발 빠르게 대응책을 내놨죠. 우리도 마찬가지고요. 주요 내용은 뭡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미국 정부의 발표가 오늘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 직전에 나왔는데요. 그만큼 파장이 큰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내용은 실리콘밸리 은행 고객들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는 겁니다. 아까 말씀드린 보호 한도에 상관없이 예금 전액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납세자의 비용 부담은 없을 것이다, 폐쇄된 시그니처 은행에 대해서도 같은 대책을 적용할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방안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로써 스타트업 기업들의 줄 도산 위기는 한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다수 입니다.

주말 내내 이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한 우리 정부도 잇따라 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데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면밀히 진행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메시집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오늘 발언 함께 들어보시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인서트]추경호 경제부총리
"아직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고…"

윤석열 대통령도 추 부총리를 중심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이번 사태가 끼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앵커]
국내 금융시장 반응과 전문가 전망은 어땠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의 발표가 시장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오늘 사실 '검은 월요일'이 될 거라는 전망과 달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7% 소폭 오르기까지 했는데요. 가상화폐 시장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보통 이런 시장 위기 요인이 있으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급등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22.4원이나 급락해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장은 위기 그 자체보다는 이번 사태에서 파생된 금리 낙관론에 '베팅'하는 기류 입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중앙은행 연준의 초고속 기준 금리 인상이 배경인 만큼, 한국 시간으로 오는 23일 금리 결정회의 땐 연준이 금융 안정 측면을 더욱 신경 쓸 것이라는 관측이죠. 기존엔 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것이란 빅 스텝 전망이 많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렇게 큰 폭으로는 못 올릴 거라고 보는 겁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대출 부실화가 원인이었던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이번 사태는 은행의 투자 문제에 국한돼 있어 그 영향이 비교적 크진 않을 것이란 진단도 나오지만, 속단은 어려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당장 내일 밤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주요 단기변수로 거론됩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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