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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쇳물이 철철"…힌남노 이겨낸 포스코, 135일의 기적

"뜨거운 쇳물이 철철"…힌남노 이겨낸 포스코, 135일의 기적

  • 2023-03-27 10:56

포항제철소, 힌남노 침수 135일만에 복구
"위기 극복한 만큼 양질의 제품으로 보답"
정상화된 포스코, 스마트 핵심 기술 도입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도약 이루겠다"

포항제철소가 135일 만에 침수 피해를 이겨내고 다시 희망의 불을 밝히고 있다. 포스코 제공포항제철소가 135일 만에 침수 피해를 이겨내고 다시 희망의 불을 밝히고 있다. 포스코 제공
기계음이 가득찬 공장 안에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붉게 달아오른 쇳물이 쉴새 없이 흐르고 여기저기 수증기를 뿜어낸다. 135일의 기적.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포항제철소가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이다. 길었던 시련의 기간만큼 더 단단해졌다. 과거의 아픔을 발판 삼아 이제는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설 채비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23일 방문한 경북 포항에는 오전부터 비가 쏟아졌다. 제철소가 가까워지자 마치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려는 듯 빗줄기는 굵어지고 바람도 거세졌다. 지난해 9월 6일, 포스코에게 그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최대 500㎜의 기록적인 폭우가 만조 시점과 겹치면서 인근 냉천이 범람해 포항제철소를 덮쳤다. 전날부터 배수로를 정비하고 물막이 작업 등 대비책을 세웠지만 자연의 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는 그렇게 창사 54년 만에, 첫 쇳물 생산 49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 생산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정석준 선재부 3선재공장 공장장은 "공장 대부분 구역이 1.5m 이상 침수되고, 2.5미터 넘게 물이 찬 곳도 있었다.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다"며 "전기와 물이 모두 끊겼다. 과연 이게 복구가 가능한 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정말 막막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포스코그룹 전 임직원은 물론 민·관·군을 포함한 연인원 약 140만명이 헌신적으로 뛰어들었다. 복구작업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보유한 모든 조업·정비 기술력도 투입했다.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인근. 포스코 제공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인근. 포스코 제공
흘린 땀은 곧 결실을 맺었다. 수해 100일 만인 지난해 12월 15일 2열연공장을 복구 완료했다. 이후 2냉연공장과 1전기강판공장을 차례로 재가동해 연말 기준 전체 17개 압연공장 가운데 15개 공장이 재가동됐다. 그리고 올해 1월 19일 남은 도금공장과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을 재가동하며 17개 모든 압연공장 복구를 마쳤다. 이튿날부터는 완전 정상 조업체제로 돌입했다. 힌남노가 포항제철소를 휩쓸고간지 135일 만이었다.

정 공장장은 "돌이켜보면 초기 복구작업부터 가열로 점화, 정상화 작업까지 한단계씩 밟아오면서 어느 하나 쉬운 과정이 없었다"며 "많은 분들의 지원과 격려로 끝까지 힘낼 수 있었다. 위기를 잘 극복한 만큼 양질의 제품을 차질없이 공급하는게 보답의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주환 제강부 2제강공장 공장장은 "정말 미션 임파서블이었지만, 모든 분들이 도와주셔서 지금의 포스코가 다시 가동되고 있다"며 "고통이 끝난 뒤의 감동을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후 불이 꺼진 포항제철소 모습. 포스코 제공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후 불이 꺼진 포항제철소 모습. 포스코 제공
제자리로 돌아온 포스코는 이제 미래로 달려갈 준비를 끝냈다. 제조업의 인식을 뛰어넘어 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의 스마트 핵심 기술을 적극 도입해 철강 생산 공정에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초기에는 단일 공장 수준으로 개발되던 스마트팩토리가 이제는 생산계획부터 출하까지 전 공정을 관통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제선공정은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해 예측·관리하는 스마트 고로로 변모했고, 제강공정에서는 인공지능 통합 제어 시스템을 개발해 멈춤이나 지연 없는 연속 공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도금공정에서는 딥러닝을 이용해 제품의 강종·두께·폭은 물론 조업조건과 목표도금량까지 스스로 학습해 정확히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스마트 로고기술과 도금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도 등재됐다. 광양제철소의 3고로와 4고로에도 스마트 고로 시스템을 구축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으로 조업과 품질 안정성을 한층 강화했다.

권민락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과장은 "포항제철소는 앞으로 명실상부한 스마트 팩토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이를 통해 휴먼 에러를 줄이고, 사람이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데이터의 변동을 미리 감지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조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급격히 발전하는 AI 기술을 활용해 포스코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또다른 도약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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