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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왕좌 탈환 노린다…日, 투자 쓸어담은 비결은?

반도체 왕좌 탈환 노린다…日, 투자 쓸어담은 비결은?

10년 이상 생산만 하면 기업 국적 가리지 않고 보조금 지원
TSMC 모셔가고 삼성도 보조금 혜택…'라피더스' 공동 출자도

연합뉴스 연합뉴스 
일본이 반도체 강국 지위 회복을 노리며 글로벌 투자를 쓸어 담는 모양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패키징(후공정) 부문까지 '블랙홀'처럼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조금…20조 육박한 투자 유치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0년 이상 자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조건으로 기업의 국적을 따지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 규모는 첨단과 범용 반도체 모두 설비 투자의 최대 1/3을 지원하고, 반도체 장비 및 소재는 최대 50%를 보조한다.
 
일본 언론이 WTO(세계무역기구)의 보조금 협정 위반 우려를 제기했지만, 일본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는 1980년대 글로벌 점유율 80%에 육박했지만, 미국의 견제와 우리나라 기업과의 치킨게임에서 패배하며 현재 점유율은 10%를 채 넘기지 못한다.
 
하지만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보조금을 앞세워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일본이 2021년 반도체 산업 육성을 발표한 이후 관련 기업의 투자는 모두 2조엔(약 19조 2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TSMC 적극 지원…정부와 기업 '라피더스' 공동출자도


TSMC 로고. 연합뉴스 TSMC 로고. 연합뉴스 
이미 일본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에 4760억엔(약 4조 5580억 원)과 190억엔(약 188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TSMC는 1조 1천억엔(약 11조 원)을 투자해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팹(Fab‧생산공장)을, 370억엔(약 3665억 원)을 들여 이바라키현에 반도체 패키징 R&D센터를 구축했다.
 
일본은 자국 기업인 라피더스에 최근 2600억엔(약 2조 4900억 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한다. 앞서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700억엔(약 6700억 원)을 출자했다. 라피더스는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일본 정부와 함께 8개 대기업이 70억엔(약 670억 원)을 출자해 세운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한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를 라피더스는 2027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5조엔(약 47조 86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합류…낸드플래시 지각변동 가능성


마이크론. 연합뉴스 마이크론. 연합뉴스 
이밖에 삼성전자가 요코하마에 기존 R&D센터 근처에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라인을 건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400억엔(약 3830억 원) 규모의 투자로 전해지는 만큼 일본 정부는 150억엔(약 1436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5천억엔(약 4조 7850억 원)을 투입해 히로시마에 D램 팹을 지을 예정이다. 이에 따른 일본 정부의 보조금은 2천억엔(약 1조 914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일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인 낸드플래시의 글로벌 시장을 흔들 조짐을 보인다. 낸드플래시 시장 2위인 일본의 키옥시아와 4위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이 인수합병(M&A)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낸드플래시의 글로벌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3.8%로 1위다. 이어 키옥시아가 19.1%, SK하이닉스가 17.1%, 웨스턴디지털이 16.1% 등이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하면 35.2%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업계는 일본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과 보조금이 투자를 끌어모은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일본까지 반도체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선정하고 투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갈등 같은 지정학적 이슈까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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