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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과 지옥 오간 '누리호'의 1박 2일…철야 작업 끝에 승리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천당과 지옥 오간 '누리호'의 1박 2일…철야 작업 끝에 승리

핵심요약

3차 발사 앞두고 중단 사태 위기…밤샘 작업
통신 결함, 전화위복 계기…전체 설비 점검도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 입증…발사 성공 발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3차 발사는 그야말로 반전의 연속이었다. 통신 결함 문제로 발사를 불과 2시간 앞두고 중단 사태를 겪었지만, 철야 작업 끝에 문제를 해결하는 등 1박 2일 동안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25일 오후 6시 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발사한지 약 13분 만에 목표로 했던 고도 550km 궤도에 도달했다. 실용위성 8기를 탑재한 누리호가 발사체 본연의 임수를 완수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누리호의 발사 성공 뒤에는 1박 2일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있었다.

발사 2시간 앞두고 전격 중단 선언…여기저기서 탄식 


당초 누리호의 발사 예정 시각은 지난 24일 오후 6시 24분이었다.
 
앞서 1, 2차 발사에서 실용위성들보다 더 무거운 위성 모사체를 싣고도 성공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지 발사를 앞둔 나로우주센터 내부 분위기는 자신감이 넘쳤다. 발사 당일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유관 부서 관계자들이 현장을 오가며 담소를 나누는 등 여유가 흘렀다.
 
과기부는 발사를 약 4시간 앞둔 오후 2시쯤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기존 계획대로 누리호 3차 발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통상 발사를 앞두고 당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발사관리위를 여는데, 오후 회의에서 발사 시각을 결정한 이후엔 일정이 변경되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처음으로 실용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향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처음으로 실용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향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문제는 발사를 불과 3시간 앞두고 발생했다. 발사 시각을 확정한 지 불과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쯤 누리호와 발사대 간 제어 컴퓨터의 통신 이상이 생기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발사체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문만 돌뿐,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프레스룸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유관 기관 관계자들 역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채 얼버무리던 와중에 결국 과기부는 오후 4시쯤 별도 브리핑을 열고 발사 중단을 선언했다. 이 소식을 듣고 전망대에서 발사 준비 작업을 하던 일부 항우연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기도 했고, 여기저기서 외마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오전, 오후 발사관리위의 브리핑을 담당했던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어두운 낯빛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오 차관은 "발사 준비 과정 중 저온 헬륨 공급 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를 제어하는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생했다"며 발사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돌발 악재에 철야 작업 착수…13시간 수리 끝에 국면 전환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기존에 계획된 일정이 틀어지면서 과기부, 항우연 관계자들은 일정을 재조정하느라 뛰어 다녔다. 무거운 공기가 나로우주센터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유관 기관 관계자들은 철야 작업을 시작했다.
 
발사대와 기체 사이 헬륨 가스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통신 결함이 발생했다는 사실 이외엔 그 누구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태였다. 이 와중에도 일부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나로호 때부터 숱한 경험을 해봤다"며 자신을 소개한 항우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만나 "기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통신 신호 문제이기 때문에 금방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이날 아침부터 재차 반전되기 시작했다. 과기부, 항우연 관계자들은 누리호 복구가 어떤 상태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결국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겠냐"며 우회적으로 발사가 가능한 상황임을 암시했다.
 

하루 연기 후 6시 24분 발사 재도전…목표 궤도 도달한 누리호 



이날 오전 11시에 개최된 발사관리위원회는 조치 결과 등을 논의 후 오후 6시 24분에 발사를 하겠다고 확정했다. 오 차관은 브리핑에서 통신 오류의 핵심인 PLC 명령어 문제를 전날 저녁부터 약 12시간 동안 작업 끝에 이날 새벽 5시에 해결했다고 했다.
 
전날 발사 중단의 여파 때문인지 자신감이 넘쳤던 이전 분위기와 달리 관계자들은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12시 24분 발사 운용 절차 시작, 오후 5시 40분쯤 산화제와 연료 충전 완료, 기립 장치 철수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됐고, 발사 10분 전인 오후 6시 14분부터 자동 운용 모드로 전환됐다.
 
드디어 이날 오후 6시 24분에 발사된 누리호는 발사한지 약 18분 만인 오후 6시 42분에 실용위성 8기를 모두 궤도에 안착시켰다. 큐브 위성 도요샛 1기가 사출 영상에 잡히진 않았지만, 누리호의 궤도 도달에 이어 위성 7기 안착 후 이종호 과기부 장관이 프레스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국내 우주수송 능력 확보를 위해 독자 개발한 누리호 3차 발사가 국민 관심과 성원 속에 성공적으로 완료됐음을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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