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육군참모총장(왼쪽)이 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 황진환 기자[앵커]
국회는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군 당국의 대응을 여야 구분 없이 질타했습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당시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총출동했는데요, 어떤 논쟁이 벌어졌는지 CBS 김기용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기자]
네. 야당은 오늘 오전 10시에 열린 국방위 회의만을 벼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국회를 진압한 군에 책임소지를 소소히 따져 물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사의를 회의 직전 수용하면서 오늘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는 장관 없이 진행됐습니다.
[앵커]
결국 국방부 차관이 장관 직무대리로 출석하는 반쪽짜리 회의가 돼버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오늘 회의의 요는 계엄 당시 국회 군부대 투입 등 모든 작전이 김용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겁니다. 국방부 차관은 물론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육군참모총장도 언론 보도를 보고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선호 차관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박스팝1]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미리 알려주지 않던가요."
"네 알려준 사실 없습니다…관련된 모든 지시들이 장관님, 계엄사령부, 실제로 있는 사령관들한테 전파가 됐고, 사실은 저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는데…"
결국 지난 3일 밤 전격적으로 발령된 비상계엄은 국방부 차관과 육군참모총장도 '패싱'할 만큼 극소수 정권 핵심에 의해 은밀히 진행됐다는 겁니다.
[앵커]
계엄이 선포되고 군부대 투입된 1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기자]
네, 오늘 국방위 회의에서 국방부 차관과 육군참모총장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3일 밤 10시 28분 윤 대통령이 생방송에서 계엄을 선포하면서 비상계엄을 두 사람이 인지했다는 거고요. 그리고 약 2분 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됩니다.
11시쯤 담화문 전문이 언론에 배포되고 11시 4분에 국회 출입문이 폐쇄됩니다. 이후 계엄령 발표 1시간 만에 무장계엄군 280여명이 헬기로 국회 경내에 진입하게 된 겁니다.
[앵커]
이번 군계엄군 투입 과정에서 내부 동요도 있었다는 주장들이 나오는데, 국방부 차관 등 군 수뇌부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네, 김선호 차관, 박안수 총장 모두 윤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 내용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소신 발언을 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의원과 김 차관의 말 들어보시죠.
[박스팝2]
"무장한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들어와서 국회의 유리창까지 깨고 로텐더홀까지 진입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리고 이것은 위헌입니까 합헌입니까?"
"저는 그것이 법리적 측면에서 위헌인지 합헌인지 이전에 저는 이러한 계엄에 군 병력이 동원된 것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반대를 해왔고, 거기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을 냈습니다."
[앵커]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계엄군 가운데 방첩사령부 소속 체포조가 별도 운영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요?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박종민 기자[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늘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방첩사 체포조 100여명이 야당 의원들을 체포하기 위해 투입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박안수 총장에게 "방첩사 체포조가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려고 갔는데, 체포조 중 누군가가 '나는 안 가겠다'고 하니까 쌍욕을 하면서 '왜 안 가냐'고 했다더라"라고 질의했습니다.
이에 박 총장은 "모르겠다"고 답했고, 안 의원은 "녹음까지 돼있다고 한다"고 재차 따졌지만 박 총장은 여전히 모른다는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야당의 이 같은 주장이 맞다면 비상계엄 사태 시 계엄사령관조차 모르는 비선 지휘체계가 가동됐다는 뜻이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앵커]
정말 풀어야할 의혹이 한두 개가 아니군요. 그러는 상황에서 오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출국금지 조치됐다고요.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기자]
네 맞습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할 의향이 있느냐'는 민주당 의원들 질의에 "출국금지 외에도 긴급히 할 조치가 있으면 빨리 검토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경찰청 안보수사단은 곧바로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전 장관에 대해 오후 2시10분쯤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도 국회 국방위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요, 계엄군 투입에 대한 여야의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총장도 어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사이 새로운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새벽 1시에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총장은 조금 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 질문에 "시간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4일 새벽) 1시는 조금 넘었던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10시 28분 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요, 4일 새벽 1시를 조금 넘은 시각에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습니다.
계엄 때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대통령이 지휘통제실의 별도 룸으로 가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 방에 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박 총장은 방에 김 전 장관과 같이 들어갔다면서도 대통령이나 장관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