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일자리'로 손꼽히는 의사 소득이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전문직인 변호사와 비교해도, 의사 사업소득은 7년간 4배 이상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전세계 1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세청의 종합소득세 신고분, OECD '2023년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3) 등을 분석한 결과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 지역인재 배려 등 필수적인 정책조합 논의와는 별도로, 대폭적인 의대 정원 확대에 부정적인 의료계의 근저에는 '정원과 소득의 함수'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보인다.
의사 사업소득 1억7천300만→2억6천900만원…변호사, 1천300만원↑
29일 국세청 및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의료업(의사·한의사·치과의사)의 평균 소득은 2021년 기준 2억6천900만원이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4년(1억7천300만원)과 비교하면 7년간 9천600만원(55.5%) 증가했다.
세법상 소득금액은 매출인 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으로, 별도의 종합소득을 신고하는 '개원의'에 해당한다. 이들의 소득은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1천만원 이상 소득이 늘었고 증가 폭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1년에는 전년보다 3천400만원 늘기도 했다.
의료업의 소득 증가는 변호사와 비교하면 한층 뚜렷하다.
변호사업 평균 소득은 2014~2021년 1억200만원에서 1억1천500만원으로 1천300만원(12.7%) 증가했다. 증가율 기준으로 의료업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따라 2014년 의료업의 60% 수준이었던 변호사업 소득은 2020년 40% 수준으로 그 격차가 벌어졌다.
변호사 숫자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 달리, '의대 정원 동결'과 맞물려 의사 숫자 증가세가 크게 제한된 시장 구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4~2021년 의료업 사업소득 신고 인원은 6만7천867명에서 7만6천673명으로 13.0%(8천806명)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변호사업 소득 신고 인원은 4천419명에서 6천292명으로 42.4%(1천873명) 증가했다.
2000년 입학정원과 정원외, 편입학을 모두 합쳐 3천507명이던 의사 정원은 2003년 3천253명, 2004~2005년 3천97명, 2006년에는 3천58명까지 줄어든 뒤 17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변호사 수는 1995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사법시험이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전환되고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빠르게 늘어났다.
1980년 300명에 불과했던 사시 합격자 수는 1996년 500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1년 1천명 시대를 열었다. 2009년 전국 25개 로스쿨이 문을 연 뒤로는 매년 1천500명 내외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의료계, 사업소득 상위 20개 중 16개
국내 다른 업종과 비교해도 의사들의 고소득은 눈에 띈다. 국세청의 2021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분 기준으로, 평균 사업소득 상위 20개 업종에서 의료 업종이 16개를 차지했다.
'방사선 진단 및 병리 검사의원'(기타 병리실험 서비스)이 9억7천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소득을 신고했다. 이어 ▲ 일반의원(안과) 7억6천400만원 ▲ 종합병원 6억8천만원 ▲ 요양병원 6억7천200만원 ▲ 일반병원 6억1천700만원 ▲ 방사선 진단 및 병리 검사의원(엑스레이 촬영 등) 5억1천900만원 순이었다.
비(非) 의료업종에서는 도선사(4억4천800만원·7위), 건설용 석재 채굴 및 쇄석 생산업(2억6천800만원·14위), 기타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2억3천600만원·16위), 운전학원(2억2천700만원·17위)이 20위권에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의료 관련 업종으로 채워졌다.
韓 의사 소득, OECD 1위…10년 전엔 5위
한국 의사들의 소득 증가세는 국제적으로도 빠른 편이다. OECD의 '2023년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문의 가운데 병·의원 봉직의(salaried, specialists) 연간 임금소득은 2010년 13만6천104달러에서 2020년 19만2천749달러로 42% 증가했다.
유의미한 비교를 위해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적용한 것이어서 실제 연봉 수준과 차이가 있다.
총 26개 회원국 대상으로 대체로 2011~2021년 수치를 기준으로 했지만, 우리나라와 프랑스, 그리스, 영국 4개국은 가장 최신 자료를 기준으로 2010~2020년 수치를 적용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이후 처음으로 10년치 소득자료를 OECD에 제공한 바 있다.
미국, 일본 등 일부 회원국은 데이터가 없어 OECD 통계에서 빠졌다.
10년치 증가 폭으로는 헝가리(275%), 칠레(130%), 에스토니아(98%), 슬로바키아(80%), 체코(76%), 아이슬란드(61%)에 이어 한국이 7번째를 기록했다.
다만 헝가리(3만1천624달러), 칠레(5만7천834달러), 에스토니아(3만9천190달러), 슬로바키아(3만5천267달러), 체코(4만6천187달러), 아이슬란드(9만2천88달러) 모두 10만달러를 밑도는 연봉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임금상승폭은 눈에 띄는 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OECD 5위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봉직의 임금소득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 다음으로 네덜란드(19만2천264달러), 독일(18만8천149달러), 아일랜드(16만5천727달러), 영국(15만5천419달러), 덴마크(15만1천150달러) 순이었다.
지난 2010년에는 아일랜드가 18만8천273달러로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16만6천969달러), 독일(14만4천892달러), 영국(14만3천732달러), 한국(13만6천104달러) 순이었다.
개원의의 경우, 통계가 확보된 회원국이 9개국(한국, 벨기에, 캐나다, 이스라엘, 호주,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에 불과해 유의미한 국제 비교가 어렵다. 다만 이들 9개국 기준으로도 우리나라 개원의의 소득은 29만8천800달러(2020년)로, 벨기에 33만7천931달러(2021년) 다음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