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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다니던 회사를 사버린 1호 영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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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다니던 회사를 사버린 1호 영업사원?!

핵심요약

코로나 시기에 공급자 우위가 된 반도체 시장…반도체 없어서 못 구해
당장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배신할 순 없어 수천 억 원 손해 감수한 시스템베이스
위기를 기회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으로 신규 고객 늘어

[개척자들⑤]시스템베이스 장연식 대표



29년 전 7명 규모의 회사에 1호 영업사원이 입사했다. 그의 이름은 장연식. 장 사원은 영업 담당이었지만 기술 교육을 받으며 개발, 기술 지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대표는 장 사원을 더 몰아붙였다. 계획을 세우고, 동선을 짜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수년간 장 사원에게 요구했고 그는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며 성장했다. 그렇게 29년이 이 지난 2023년, 회사의 대표는 장 사원에게 이 회사를 맡아보겠냐며 제안했고 장 사원은 회사의 2기 대표가 되었다.


반도체 생산하는 중소기업…우리도 반도체 할 수 있다

시리얼 통신.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시리얼 통신.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할 때 사용하는 키오스크에는 시리얼 통신 기술이 사용된다. 시리얼 통신은 1960년대에 컴퓨터와 컴퓨터 간의 통신을 위해 사용됐지만, 지금은 기기 내부의 부품 간 통신에 활용된다. 버스를 타면 교통카드를 태그하고 요금을 지불하는데, 이때 카드를 인식하는 단말기에도 시리얼 통신이 적용된다.

시스템베이스는 시리얼 통신에 필요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로도 불리는데, 전체 반도체 시장의 69%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반도체라고도 불린다.

반도체는 팹리스(Fabless) 방식으로 제조된다. 팹리스 방식이란 반도체 생산 라인인 팹(Fab)을 구축하지 않고 반도체를 설계한 후 생산은 제조 업체에 맡기는 제조 방법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인 AMD, 엔비디아 등도 팹리스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시스템베이스의 장연식 대표는 "D램 등 일반적인 반도체가 아닌 특정한 기술에 사용되는 주문형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설계에 들어가는 높은 비용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렵지만,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 자체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 부품을 100배 비싸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


공급자 우위가 되어버린 반도체 시장.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공급자 우위가 되어버린 반도체 시장.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
코로나 시기 반도체 부족 현상은 시장의 구조를 바꿔놓았다. 소비자 우위였던 반도체 시장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반도체가 없어서 구하지 못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된 것이다. 이 시기에 반도체 부품 가격이 올라 반도체 제조사들은 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했고,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제품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베이스도 반도체 부품 가격이 올라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부품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반도체 제조를 멈추고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 대표는 "기존에 1~2달러 하던 부품을 100달러에 구매하면서 몇 억 원의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고객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시스템베이스 장연식 대표.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시스템베이스 장연식 대표.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
반도체 부품을 100배나 높은 가격에 구매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를 꼽았다. 장사꾼은 의사결정을 할 때 눈앞의 '이익'을 중시하지만, 사업가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부품을 비싸게 사야 했기 때문에 이익률은 떨어졌지만,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으로 새로운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1호 영업사원에게 회사를 맡기다?!

시스템베이스 1기 김명현 대표와 2기 장연식 대표.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시스템베이스 1기 김명현 대표와 2기 장연식 대표.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
장 대표는 1994년에 영업사원으로 시스템베이스에 입사했다. 하지만 회사의 전체 직원이 7명뿐이라 기술 개발, 현장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시스템베이스의 1기 대표였던 김명현 전 대표도 영업사원이었던 장 사원을 혹독하게 트레이닝 했다. 계획을 세우고, 동선을 짜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끊임없이 요구했던 것이다.

29년이 지나 2023년 김 전임 대표는 장 사원에게 시스템베이스를 100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주지 않겠냐며 후임 대표직을 제안했다. 장 대표는 "처음 대표직을 제안받았을 때 올 것이 왔구나 라고 생각했다"며, "영업, 마케팅, 기술 등을 고루 경험해왔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

시스템베이스의 목표.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시스템베이스의 목표. 유튜브 <개척자들> 캡처
2기 대표이사 체제에 들어선 시스템베이스의 구성원들은 우리가 만든 제품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 장 대표도 "고객들이 시스템베이스의 제품을 사용했을 때, 조금의 불편함도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회사가 오래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성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직원 복지 정책도 마련했다. 대표이사로 취임 후 근무시간을 1시간 줄였으며, 직원들이 책을 무제한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직원들은 동호회 활동으로 트레킹을 가기도 하고, 지난 11월에는 치앙마이로 전 직원이 워크숍을 떠나기도 했다.

최근 IT기업의 1세대 창업주들이 은퇴를 하면서 회사를 이어나갈 인재가 없어 회사 자체가 문을 닫는 걸 보는 게 안타깝다고 장 대표는 말했다. 그는 "시스템베이스가 대한민국 경제의 작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만의 분야를 계속 쌓아나가면서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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