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침체기에서도 '통큰' 투자를 이어간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당장은 주춤한 모양새지만, 결국 전동화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꺾이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다.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올 한해 투자 규모만 2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조6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확정했다. 회사채 단일 발행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회사채로 확보한 자금 가운데 3200억원은 양극재 구매에, 1조2800억원은 오는 2026년까지 합작법인(JV) 신규 투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배터리 생산 설비 투자는 10조9천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2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설비 투자에 쏟는다. 회사는 현재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스텔란티스·혼다·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을 운영·건설중이다.
SK온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올해 집행이 예정된 SK이노베이션의 설비 투자 금액 9조원 중에서 7조5천억원을 배터리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SK온은 지난해에도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현재까지 5조원 상당의 투자금을 모았다고 한다.
투자는 글로벌 생산 능력 제고에 집중될 전망이다. SK온은 북미 지역에서 포드·현대차와 JV를 설립했다. 올 상반기에는 헝가리 3공장과 중국 옌청 공장의 증설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내년까지 연간 22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게 SK온의 목표다.
삼성SDI도 올해 수조원대 투자가 예상된다. 삼성SDI의 설비 투자 금액은 △2021년 2조1802억원 △2022년 2조5181억원 △2023년 4조3447억원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설비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6조원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1조6313억원을 들여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헝가리·말레이시아 등 해외 공장도 증설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찾은 곳도 말레이시아 삼성SDI 배터리 공장이었다. 이 회장은 공장 방문 당시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K-배터리의 움직임은 투자뿐만 아니라 인재 영입에서도 두드러진다.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투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수 인재 확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김동명 CEO 직속으로 차세대 배터리 전담 조직인 '미래기술센터'를 신설하고, 리튬황·전고체 배터리 인재를 영입중이다.
SK온은 셀·설비·공정·부품 등 배터리 제조 전 과정에서 일할 경력 직원과 신입 박사 채용을 진행중이다. 급여는 업계 최고 수준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삼성SDI는 경력직을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전담 조직인 'ASB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한데 이어 최근 관련 인재를 추가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