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대적인 보조금을 앞세워 반도체 산업 유치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보조금 등 직접적인 지원책 대신 행정 지원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주요국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국가 주도의 반도체 산업 육성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기업 투자에만 의존하며 정부가 간접적인 지원하는 현행 방식이 계속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재 위상이 계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조금 지원이 어렵다면 윤 대통령이 언급했던 행정 지원 강화만이라도 기업들의 체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 시간이 보조금이라는 생각으로"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기업에 시설 투자와 관련한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불가 입장을 재확인 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모든 나라들이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시간이 보조금이라는 생각으로 반도체 공장 시설을 만든다고 할 때 전력과 용수 같은 기반 시설, 공정 건설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을 도와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행 중인 국가전력기술에 대한 시설투자에 적용되는)
세액 공제를 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게 지원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해 "제조 역량이 떨어지는 일부 선진국은 (반도체 산업 관련)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반도체에서 약한 부분이 생태계, 소재·부품·장비, 인프라 부문"이라며 "세제 지원과 금융 지원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보조금 대신 한국산업은행 자본금 증자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을 유력하고 검토하고 있다.
보조금 불가 방침, 예상됐지만 속도감 있는 지원엔 아쉬움
연합뉴스보조금 지급에 난색을 표한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예상됐던 답변"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앞서 정부 고위 인사들이 보조금 불가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상황이어서 보조금 지급에 대해 윤 대통령이 난색을 표한 것이 새롭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윤 대통령이 언급했던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을 위한 정부 지원'이 지금까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다수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2월 12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만㎡(126만평) 부지에 공장 4곳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6년째 삽도 뜨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상황도 비슷하다.
용인 처인구 남사읍 일대에 조성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빨라야 2026년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투자 계획 발표부터 착공까지만 3년이 소요되는 것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 대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국에 첫 테일러 공장 투자를 발표한 후 3년 만인 올해 연말쯤 양산을 앞두고 있다. TSCM의 일본 구마모토현 파운드리 1공장은 지난 2021년 10월 계획이 발표된 후 3년도 지나지 않은 올해 2월 완공을 마쳤다. TSMC는 지난 2021년 11월 대만 가오슝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발표하고 다음해 6월 착공에 돌입했는데 올해 말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들 국가는 정부가 공업 용수나 도로, 전력 문제 해결에 직접 발 벗고 나서며 공장 부지 조성을 적극적으로 도왔지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우 막판에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매듭지은 경우도 있었지만 생산 시설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때 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모양새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TSCM는 20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신규 공장을 가동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신규 공장 가동까지 평균 5~6년이 걸린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너무 시간을 오래 끌고 있는데 토지와 전력, 용수 등 인프라 지원 등이 보다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단 전력수급 이상無" vs "기업 우려, '기우' 아냐"
연합뉴스전력 수급 우려도 여전하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막대한 전력과 수도권의 전력 수요 등을 감안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 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38년까지 화력발전소와 LNG 발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고 2028년 이후에는 송전 선로를 통해 원자력발전소와 재생 에너지 발전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력 전문가들은 업계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유승훈 교수는 "10차 송변전설비계획이 정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정부 설명대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수도권 전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송변전설비계획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작년 완공이 계획됐던 동해안 송전망이 이제야 착공한 상황을 감안하면 2028년 이후 송전선로를 통해 전력을 수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기업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이후 관련 인프라 조성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이 이뤄진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대통령이 반도체 사업 지원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며 "용수와 전기 등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인프라 조성과 관련한 지원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