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탄핵추진 범국민 촛불문화제' 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황진환 기자한국 금융시장은 과거 2차례 탄핵 국면에서 극심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았지만, 결국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따라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 국면이 장기화할수록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는 7일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재적의원 2/3인 200명 이상의 찬성해야 가결된다.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탄핵 정국으로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황이다. 앞서 2004년과 2016년 탄핵 정국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었다.
2004년, 탄핵 충격보다 세계 경기 둔화 '공포'
2004년 3월 12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뒤 헌법재판소는 같은해 5월 14일 이를 기각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기각까지 탄핵 국면 동안 코스피는 11.66% 하락했다. 탄핵 국면 직전 기간에는 –3.73%, 탄핵 기각부터 한 달 후에는 –4.81% 등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채 3년물 금리는 탄핵 국면 때 4.51%에서 4.38%로 13bp(1bp=0.01%p) 내렸다. 2월 말부터 탄핵안 가결까지는 25bp, 탄핵안 기각부터 한 달 후에는 16bp 각각 하락했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는 탄핵 국면 직전 평균 20.6, 탄핵 국면 24.3, 탄핵 이후 34.5로 증가 추세를 기록했다.
종합하면 2004년 코스피는 탄핵의 충격도 컸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 전반에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당시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고유가 추세 지속과 세계 IT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성장세 약화 우려로 2004년 8월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탄핵보다 '트럼프 1기' 깜짝 당선에 영향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 2017년 3월 10일 오전 안국역 주변에서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국회는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했다. 헌재는 3달 동안 탄핵안을 심리한 끝에 4월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코스피는 탄핵 국면 전 1.13% 하락했지만, 탄핵 국면과 이후 한 달 동안 각각 3.26%와 2.02% 상승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탄핵 국면 전 1.398%에서 1.733%로 33.5bp 급등한 이후 탄핵 국면과 그 이후 4.6bp와 –5.6bp 등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 역시 탄핵 국면 전 평균 14.2에서 탄핵 국면과 그 이후 각각 11.3과 11.8로 집계됐다.
즉 시장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정치적 불안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탄핵 가능성을 예측하며 충격을 완화했다. 특히 탄핵 국면 시기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의 '깜짝' 당선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 안재균 연구원은 "이 시기 트럼프 당선이라는 돌발 변수도 있어 탄핵 정국만으로 국고채 금리 급등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면서 "트럼프 당선 후 금리가 급등하고 정치 혼란까지 가중되면서 금리 상승이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 처리 여부가 관건…핵심은 경제 '체력'
연합뉴스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국회의 표결에 따라 해제되면서 금융시장의 '공포'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 후 첫 거래일인 4일 24.15로 출발했지만 21.34로 장을 마치며 충격에서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탄핵안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흥국증권 이영원 연구원은 "탄핵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이번 혼란은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면서 "현재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3실장과 수석비서관 이상 보좌진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는 등 자칫하면 국가 리서십의 공백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가결돼도 정치 불확실성은 남는다. 탄핵안을 심리할 헌재가 현재 6인 체제이기 때문에 헌재의 판단 역시 장기화 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한 상황이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IBK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2004년의 증시 부진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이 제기되던 시기로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 정책에 따라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 컸다"며 "2016년은 반도체 업황 회복 사이클과 함께 수출 호조가 지속되며 증시가 상승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변 연구원은 이어 "결론적으로 과거 탄핵 이슈는 경기와 실적 등 증시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서 "현재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치 불확실성이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단기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