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와 이사수 상한 설정 등에 모두 찬성 방침을 세우면서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17일 회의를 열고 오는 23일 개최되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안건과 관련해 최 회장 측에 찬성하는 쪽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먼저 수책위는 첫번째 안건인 집중투표제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지분율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영풍·MBK 연합 측이 이사회를 당장 장악하려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최 회장 측과 기타 소액주주들이 보유표를 집중해 일부 이사를 신규 선임할 수 있어서다. 영풍·MBK 측은 현재 13명인 고려아연 이사진에 자신들이 추천한 14명의 신규 후보를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할 구상이었다.
수책위는 또 임시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 중 하나인 이사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데에도 찬성 의견을 내놨다. 앞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6곳이 모두 찬성한데 이어 국민연금까지 이날 힘을 실어주면서 해당 안건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개별 이사의 선임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영풍·MBK의 이사회 과반 장악은 미뤄진다.
마지막 쟁점 안건인 이사 선임은 양측의 추천 이사를 3인씩 찬성하기로 했다. 최 회장 측 명단에서는 제임스 앤드루 머피·정다미·최재식 후보에, 영풍·MBK 측 명단에서는 권광석·김용진·변현철 후보에 찬성 표결할 방침이다.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이 최 회장 편에 서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사수 명분에도 보다 힘이 붙는 모양새다. 현재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4.51%다. 영풍·MBK(약 41%)와 최윤범 회장 측(약 34%)의 지분 차이가 7% 정도임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결정이 경영권 분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업계는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