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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되살린 정주영의 '포니'…반세기 역사 고스란히 담았다

손자가 되살린 정주영의 '포니'…반세기 역사 고스란히 담았다

현대차, 포니 쿠페 콘셉트 원형 복원
손자 정의선, 선대회장 철학 이어받아
포니, 車 불모지 한국서 첫 독자 모델
국산화부터 수출까지…車 역사 산실

포니 쿠페 복원 차량. 현대차 제공포니 쿠페 복원 차량.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를 소환했다. 지난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원형을 반세기 만에 그대로 복원했다.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는 순간이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철학을 손자인 정의선 회장이 이어받는 장면이었다.

정의선 회장은 "1970년대 열악한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정주영 선대회장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독자적인 한국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했다"고 돌아봤다.

정 회장의 말처럼 포니에는 한국 자동차의 역사가 담겨있다. 자동차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현대차는 1975년 첫 독자 모델인 포니를 시장에 출시했다. 현대차가 설립된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앞서 포드와의 합작사 설립 협상이 결렬되자 현대차는 독자 생산의 길을 택했고, 정주영 선대회장의 '100% 국산화' 결단으로 탄생한 게 바로 포니였다.

현대차는 울산에 완성차 공장을 준공해 1975년 12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이듬해 1월 26일 계약을 받기 시작한 포니는 한달쯤 지난 2월 29일부터 출고됐다. 독자 모델의 개발을 결심하고 포니를 고객 품에 안기기까지 모든 일이 불과 3년 안에 이뤄졌다. 걸음마 수준이던 한국 자동차의 성장을 견인하고 역사에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포니는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포니가 출시된 1976년 당시 국내 승용차 판매 대수는 총 2만4618대였는데, 포니 단일 모델만 같은해 1만726대가 팔렸다. 점유율로 치면 44%에 육박한다. 이후 포니2가 출시된 1982년에는 국내 승용차 판매 점유율의 67%(포니1·2 합산)를 차지하기도 했다. 출시 첫해부터 포니1이 단종된 1985년까지 약 10년간 국내 1위 모델로서 입지를 굳건히 지켰다.

이같은 포니의 인기 요인에는 부품의 높은 국산화율도 한몫했다. 당시 생산된 차량의 부품은 수입품이 많아 수리가 비싸고 오래 걸렸지만, 포니는 부품 대부분을 국내 생산해 빠르고 저렴했다. 포니의 경우 국내 기술 수준으로 제작이 어렵거나 시장성이 낮은 일부 품목만 수입에 의존했고, 90% 이상의 부품은 자체 제작하거나 국내 부품 업체를 통해 생산했다.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는 전국 약 430개 부품 업체를 발굴하고 계열화했다.

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한 조르제토 주지아로(왼쪽), 정의선 회장. 현대차 제공포니 쿠페 복원 차량에 탑승한 조르제토 주지아로(왼쪽), 정의선 회장. 현대차 제공
그렇다고 국내에만 머문 건 아니다. 포니는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을 목표로 개발된 차였다. 국내 첫 출고 시점보다 보름 정도 이른 1976년 2월 중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현대건설에 포니 15대를 시험 수출했는데, 이는 현대차의 높은 수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같은해 7월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중동·중남미·아프리카 등지에서 포니와 포니 픽업 1019대를 판매했다. 이어 1977년에는 30개국에 7427대를 수출했고, 1978년에는 40개국에 1만8317대를 수출했다. 수출 지역도 중동·중남미·아프리카·아시아·유럽 등으로 지속 확대했다.

현대차의 수출 성과에 정부는 1976년 자동차 산업을 10대 수출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포니는 이후 1982년 7월 단일 차종으로는 국내 최초로 누적 생산 30만대를 돌파했는데, 당시 수출 대상국은 60개국에 달했다. 포니로 해외 수출 시장의 길을 닦은 현대차는 1985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으로 진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포니는 글로벌 시장에 수출돼 한국을 세계에 알린 '달리는 국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현대차가 이후 다양한 라인업을 개발하고 수출하는데 중요한 초석이 됐다"며 "현대차는 이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포니로 시작한 도전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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