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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경사노위 '전면 중단'…벼랑 치닫는 勞政[노동:판]

한국노총 경사노위 '전면 중단'…벼랑 치닫는 勞政[노동:판]

편집자 주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 깔아봅니다.

한국노총, 마지막 카드 '탈퇴' 직전 '대화 중단'
정부와 마지막 대화 여지 남겨둬
"양대노조·비노조 노동자 갈라치기 나설 수도"

한국노총 위원들이 7일 오후 한국노총 전남 광양지역지부 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노총 위원들이 7일 오후 한국노총 전남 광양지역지부 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그동안 경사노위라는 정부와의 마지막 대화의 끈마저 끊어지면서 향후 노정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노총이 '탈퇴'가 아닌 그나마 수위가 낮은 '전면 중단'에 멈춰서면서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한국노총은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 시간 이후로 진행되는 모든 경사노위 대화기구에 전면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것은 7년 5개월 만이다.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은 지난해 4월부터 포스코 협력사였던 성암산업 소속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유지 등을 두고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왔다. 농성이 장기화되자 김준영 사무처장이 지난달 29일 7m 높이의 망루를 설치하고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이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관계자들을 진압하고 있다. 전남경찰청 제공경찰이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관계자들을 진압하고 있다. 전남경찰청 제공
경찰은 같은 달 30일 김 사무처장을 끌어내리려고 시도하던 중 이를 막아서는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강제 연행했다. 김 사무처장 역시 경찰이 수차례 내리친 곤봉에 맞아 머리에 부상을 당한 채 이튿날 체포됐다.

한국노총 출신 장관 앉힌 정부, 노정관계는 악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황진환 기자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황진환 기자
당초 정부는 비교적 온건하다고 평가되는 한국노총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한국노총에 30여 년 몸담은 이정식 전 사무처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자리에 앉힌 일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노동계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정부는 노사정 대화 대신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해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반면 노조에는 '노사 법치주의'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개혁을 따라오라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건폭'과 같은 노조에 적대적인 용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회계 투명성 논란' 등 각종 압박이 가해지면서 '정부가 노동계를 범죄집단으로 취급한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지난 2월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 받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건설현장 폭력의 줄임말, '건폭'을 언급하며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지난 2월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 받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건설현장 폭력의 줄임말, '건폭'을 언급하며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결국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한국노총까지 등을 돌리면서 노정관계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노정관계가 파국에 치달으면서 진행 중인 노동 현안에 대한 논의도 불투명해졌다.

"총선까지 정권 심판 투쟁 전개할 것"

당장 오늘로 예정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도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만 한국노총은 치솟은 물가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크다며 최저임금위 심의 자체에는 참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추진했던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 등에서 성과를 내려면 노사정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노총마저 등을 돌려 대화의 판 자체가 깨지면서 정부의 노동개혁의 앞날은 더 어두워졌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향후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한국노총을 사회적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처사를 보였기 때문에 경사노위에서 빠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7일 단위노조 대표자대회 규모를 더 크게 개최할 생각"이라며 "앞으로 정치권과 연대해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총선까지 계속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이 7일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밝힌 직후 열린 '대정부 투쟁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대용 기자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이 7일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밝힌 직후 열린 '대정부 투쟁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대용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경한 노조 탄압 기조가 낳은 파국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은 한국노총의 '대화 중단'에 대해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강경 진압이 부른 항의"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탈퇴'가 아니라 '대화 중단'을 한 것은 여지를 둔 것"이라며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그때는 탈퇴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지만 계속 이런 식(노정갈등)으로 가기는 곤란할 것"이라며 "정부쪽에서 해결할 방법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가 양대노조와 이에 속하지 못한 노동자들과 또다시 '갈라치기'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김성희 소장은 "정부가 노조를 배제하고 직접 (노조에 속하지 않은) 취약 노동자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는 식으로 나설 수도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불안정한 비조직 노동자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결국 선심성 갈라치기 수단으로 생색만 내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가 노정관계 회복에 손을 먼저 내밀어 대화에 물꼬를 터야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는 "지금 조합원들이 가장 격앙된 부분은 결국 경찰과의 최근 충돌 문제"라며 "비록 사법 처리가 돼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긴 하더라도 서로 유감을 표명하면서 성의 있게 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노동 개혁이나 노동 정책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추진체가 필요하다. 사회적 대화도 그중 하나"라며 "그런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 특히 한국노총과의 대화의 모멘텀을 완전히 단절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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