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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봄' 온 반도체…'다음 먹거리' HBM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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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봄' 온 반도체…'다음 먹거리' HBM에 올인

하이닉스, HBM 캐파 확장 등 위해 20조원+α 투자
삼성전자, 올해 HBM 출하량 작년 대비 2.9배 확대

연합뉴스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속속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가올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총성 없는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급성장하는 시장을 잡기 위해 생산능력 확장은 물론 고객 맞춤형 HBM 생산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각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의 겨울'은 옛 말…이젠 완연한 봄

25일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조88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3조423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 전망, 1조855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1분기 기준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3% 늘어난 12조4296억원으로 역대 1분기 매출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조9170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용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34% 증가했다"며 "낸드 역시 프리미엄 제품인 eSSD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역시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영업이익 6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배가 상승한 것이다. 잠정실적에는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는데 시장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실적개선이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실적 발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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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잡은 SK하이닉스…"1등 경쟁력 유지"

지난해 내내 이어진 적자 행진을 끝내고 흑자로 돌아선 반도체 업계는 다음 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HBM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를 단순히 가공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접근방식으로 챗GPT 등 생성형 AI 시장이 커질수록 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HBM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은 SK하이닉스가 앞서있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3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5세대HBM(HBM3E) 공급을 늘리는 등 'HBM 1등 경쟁력' 유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5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회의)애서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 제품은 주로 8단"이라며 "HBM3E 12단 제품은 고객 요청 일정에 맞춰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 인증을 거친 다음에 내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신규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인 청주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결정하고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장 건설을 가속화해 2025년 11월 준공 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내년 HBM 수요가 타이트하다"며 "앞으로도 인공지능(AI) 선도 기업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1등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HBM 리더십 우리에게 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36GB HBM3E 12H D램. 연합뉴스삼성전자의 36GB HBM3E 12H D램. 연합뉴스
HBM 시장에서는 후발주자가 된 삼성전자도 전의를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HBM3E 개발에 성공했다며 올해 상반기 중 이를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AI 애플리케이션에서 고용량 HBM은 경쟁력이다. HBM3와 HBM3E 12H(12단)를 고객이 더 찾는 이유"라며 "많은 고객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커스텀 HBM4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고객들은 우리와 함께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HBM 리더십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맞춤형 HBM도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는 부분 중 하나다. 삼성전자 DS부문에서 HBM을 담당하는 상품기획실 김경륜 상무는 삼성전자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초기 HBM 시장에서는 하드웨어의 범용성이 중요했지만, 미래에는 킬러 앱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성숙하면서 하드웨어 인프라가 서비스별로 최적화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겪을 것"이라며 "공동 최적화의 필요성으로 인해 맞춤화 요구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HBM 출하량 대폭 확대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MemCon) 2024'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어 갈 고성능·고용량 HBM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술 기반 메모리를 선보이며 올해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최대 2.9배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AI반도체 성장세 둔화시 위험…HBM 쏠림 경계"

다만 과도한 HBM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인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권석주 교수는 "지금처럼 메모리시장, 특히 D램 시장이 흑자기조로 바뀐 시점에서 D램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텐데 현재로서는 HBM이 D램보다 GB당 단가가 높아서 유리하겠지만 AI반도체 성장세가 둔화된다면 오히려 D램의 포션을 많이 가져가는 쪽이 시장의 변동에 더 유리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그래서 HBM으로의 쏠림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은 다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AI칩 설계와 로직반도체 생산도 가능하고 그에 맞는 고성능 메모리를 만들고 있고, AMD이나 메타, 구글, 테슬라 등이 원하는 맞춤형 AI반도체나 데이터 처리 전용 프로세서에 대해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할 수 있는 여력도 있다"며 "HBM에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자사에서 만들 AI칩이나 AMD 등 다른 AI칩을 만들고 D램과 HBM의 가격 차가 좁혀질 시기를 대비해 D램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엔비디아와만 HBM 거래 관계가 있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며 "현재의 HBM의 로드맵을 주도하면서 확실한 시장의 승자 포지션을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D램, 그중에서도 LPDDR이나 GDDR에 대해서도 투자를 계속 이어가야 하고, 낸드 플래시 역시 eSSD로의 서버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주로 TSMC에 의존하고 있는 고성능 메모리칩 패키징 의존도를 완화하고 자체적인 패키징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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