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홍콩 ELS 불완전판매 유감…내부통제 강화 마련"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죄송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6조원에 가까운 투자손실 비용이 예상되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대해 11일 이같이 밝혔다. 공교롭게도 조 회장의 올해 기자간담회 일정과 같은 날, 금감원은 홍콩ELS 상품 주요 판매사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은행들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를 공개했다.
조 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별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은행권, 금융당국과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홍콩 ELS 사태, "銀 내부통제 구조나 실천 실질화에 힘쓸 것"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오후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홍콩 ELS와 관련한 질문에 "은행 내부통제의 구조나 실천을 실질화하는데 은행연합회가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도 사모펀드에 얽혀서 고생을 많이 했고 반성도 했다. 이후 금융소비자법도 도입됐는데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한 점 죄송스럽고 유감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각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ELS 등 고위험 금융상품의 은행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서는 "ELS 사태도 어떻게 보면 결국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받은 것"이라며 "실천적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은행권이) 답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LS 상품을 판매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은행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부분은 고객들의 자산관리 측면이기 때문에 이 측면에서 고객의 선택권이 좁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홍콩 ELS의 대규모 손실을 계기로 고객의 투자 선택권이 좁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내비춘 것으로 읽힌다. 앞서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내 5대 은행(KB·신한·하나·NH농협)은 홍콩 ELS 사태 이후 ELS상품 자체를 중단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이어 "협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자율규제"라며 "각 사원은행들과 협의해 협회의 자율규제를 강화해서 생태계 안에서 (은행이) 기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홍콩 ELS 배상안에 대해서는 "이제 논의의 출발일 뿐이고, 앞으로 전체 은행권의 공통 사안과 각 은행의 개별 사안을 바탕으로 당국·은행과 소통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은행, 사회적 역할 해야…수익성, 건전성 등 훼손 않는 범위에서 조율"
조용병 회장은 '민생 지원'이라는 이유로 은행권에 지나친 희생이 강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은행이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경제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디딤돌이 되기 떄문에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과 건전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상생금융 뿐 아니라 기업금융에 대해서도 정부의 안이 발표됐는데, 기업과 은행이 비지니스 모델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우려할 취지가 있지만 공공성, 건전성, 수익성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은행권 자율프로그램은 각 은행별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만큼, 이달 말에 발표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선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부분 등으로 뜻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해서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태영건설에서 출발해서 차근차근 가고 있다"며 "각 은행들이 부실채권 대비해서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기 때문에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하고 현재로서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권 해외진출·디지털 전략과 관련해선 "디지털은 필수요건으로 리테일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하면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해외 진출을 위해선 은행, 비은행, 자산운용 등이 동반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고객, 자산, 직원을 현지화해야 규모와 속도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